[신백훈의 지부상소] 96세 노인을 가두고, 종교를 재단하는 나라
[신백훈의 지부상소] 96세 노인을 가두고, 종교를 재단하는 나라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지켜보며, 유교철학을 공부해온 한 사람으로서 붓을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나라가 도리를 벗어날 때 목숨을 걸고 지부상소(持斧上疏)를 올렸다. 도끼를 지니고 대궐 앞에 엎드려, "이 말이 그르면 이 도끼로 저를 치소서"라 외쳤던 그 정신을, 오늘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96세의 노인이 구속되었다.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 이만희 씨다. 혐의는 정당법 위반, 즉 신도들의 정당 가입을 '위력으로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속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이 여럿이다.
첫째, 증거인멸의 우려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올 초부터 다섯 달에 걸쳐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벌이고 200명을 소환 조사하며 신천지의 행정 서버까지 확보했다. 필요한 자료는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 사유로 든 것을,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도주 우려다. 아흔여섯의 고령자가, 그것도 국내외에 널리 얼굴이 알려진 인사가 도주한다는 시나리오를 우리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셋째, 무엇보다 이 사건의 본질이다. 정당 가입이 총회장의 직접 지시나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개별 신도들이 종교의 자유와 기본권 보호를 내세운 정당의 입장에 자발적으로 공감해 이뤄진 것이었는지는 재판을 통해 다투어야 할 문제다. 유죄도, 무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구속이라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분이 먼저 집행되었다.
이것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신천지는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했음에도 '방해' 혐의로 기소되었고, 시설은 법적 근거 없이 폐쇄되었으며, 과천시는 15년 넘게 사용해온 건물의 용도변경조차 거부했다. 그 모든 사건에서 법원과 대법원은 결국 신천지의 손을 들어주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은 무죄로 확정되었고, 과천시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교단과 신도들이 입은 사회적 낙인과 명예의 훼손은 어떤 판결로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 1월, 나는 종교인의 이름으로 벌어진 일에 더 깊은 참담함을 느낀다. 7대 종단의 지도자 11명이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통일교와 신천지를 콕 집어 "사이비 이단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언급했고, 대통령은 이에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너무 오래 방치해 폐해가 크다"고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종교란 본래 다른 신앙을 향해서도 관용과 성찰을 가르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기성 종단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국가권력 앞에서 다른 신앙 공동체를 '사이비'로 낙인찍고 그 해악을 국가에 호소하는 모습은, 종교인의 이름에 값하는 처신인지조차 의심케 한다. 다수라는 이유로,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남의 신앙을 재단할 자격이 그들에게 주어진 적은 없다. 이는 종교인의 본분을 저버린 행태이며, 동시에 그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권력의 태도 또한 그에 못지않게 문제적이다. 다수의 숫자와 오래된 기득권에 편승해 소수 신앙을 척결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것이 종교인의 입에서 나왔든 권력자의 입에서 나왔든 본질적으로 같은 폭력이다.
같은 논리로,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사이비 이단은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라 규정하며 전 부처 합동수사를 지시한 것도, 신천지가 수년간 준비한 임진각 평화누리 국제행사를 경기관광공사가 행사 당일 아침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다르지 않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리는 것이 법치의 순리다. 그러나 수사 이전에 국가와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특정 종교를 '사회악'으로 낙인찍고 척결의 대상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헌법 제11조는 종교에 의한 차별을 금하고, 제20조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옳은 종교'와 '그른 종교'를 가르는 심판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신앙이 공존할 수 있도록 규칙을 지키는 심판이어야 한다.
나는 여기서 신천지 교리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의 영역이며, 국가가 개입할 자리가 아니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이 나라의 권력이 다수 종교의 목소리에 편승해 특정 종교 공동체와 그 대표자를 표적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이다.
그래서 나는 국민 여러분께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고자 한다. 이 문제를 단순히 "종교 간 일"로 치부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오늘은 신천지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소수가 다수의 이름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와 기본권의 문제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흔여섯 노인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언젠가 우리 자신의 자유 앞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안의 사실관계를 직접 찾아보고, 무엇이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깊이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그 생각을 SNS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권력은 여론의 무관심 속에서 가장 자유롭게 선을 넘는다. 국민의 관심과 목소리야말로, 지금 이 순간 가장 강력한 견제 장치다.
조선의 선비가 도끼를 들고 상소했던 것은 권력에 대한 사적 원한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 도리를 벗어나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주권자는 국민이다. 재판은 법원의 몫이지만, 그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지켜보고, 권력이 종교의 자유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서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그리고 만약 이 정권이 그 선을 넘었다고 판단된다면, 그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표로 내려질 것이다. 그것이 이 나라 헌법이 국민에게 준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도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흔여섯 노인은 구치소에 있다. 그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재판이 가릴 일이다. 그러나 그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가권력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알리고, 행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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